배두나 짐 스터게스, 열애설을 대하는 쿨하고 현명한 대처

영화 <도희야>가 제 67회 칸 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올랐다. <도희야>는 할머니와 의붓아버지로부터 폭행과 학대를 받고 살아가는 14세 소녀 도희와 시골로 좌천된 파출소장 영남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하며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의붓아버지 역에는 송새벽, 도희 역에는 김새론, 영남 역에는 배두나가 맡아 열연을 펼쳤다.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오름에 따라 출연 배우가 칸으로 향하는 것은 당연한 일. <도희야>를 대표해 공식 스크리닝에 참석한 배우는 배두나였다. 그런데 그녀와 손을 잡고 동행한 이는 송새벽도 김새론도 감독 정주리도 아니었다. <클라우드 아틀라스>에 함께 출연했던 할리우드 배우 짐 스터게스였다.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인연으로 그들은 만났다. 작품에서 연인으로 출연했고, 작품 밖에서도 연인인 듯 보였다. 두 사람이 공식 석상에서 다정한 모습을 보인 것이 여러 번 포착됐었고, 영화 속에서보다 실제에서 더욱 가까운 사이임을 거리낌 없이 드러냈다.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개봉이 작년 1월이었으니, 그들이 만나 좋은 감정을 갖게 된 것은 그보다 훨씬 이전의 일이었을 테다.

패션잡지사 스튜디오에서 나란히 화보 촬영을 하고, 영화 홍보차 대내외적으로 홍보활동을 펼치기도 했으며, 해외 어느 길거리에서 파파라치에게 둘이 같이 있는 모습이 찍히기도 했다. 친구라고 하기엔 너무 가까운 사이, 연인이라 봐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분위기. 그들은 그런 모습을 오랜 동안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열애설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처음 열애설이 터졌을 때는 배두나 측에서 부인했었다. 함께 영화에 출연했던 동료로서 가깝게 지내는 것일 뿐이라고 언급할 따름이었다. 그 후로도 여러 번 열애설이 터졌지만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양측이었다. 지금까지도 특별한 공식 입장을 내비치지 않는 그들이다.

이번 칸 영화제 동반길에 오른 배두나와 짐 스터게스는 변함없이 다정한 연인의 모습이었다. 19일 열린 <도희야> 스크리닝에서 영화 시작 전 배두나를 소개하자 짐 스터게스는 폭풍 박수로 그녀를 환영했고, 영화 상영이 끝난 후 관객이 기립 박수를 치자 그 역시 그녀를 향해 환호성을 지르며 칭찬과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달콤하고 적극적인 스킨십으로 칸 영화제 현장을 달콤하게 만들기도 했다.

누가 봐도 연인이다. 친구라고 말하기에는 분위기가 너무도 진한 핑크빛이다. 더군다나 함께 출연한 영화도 아니고 배두나가 주연으로 나선 한국영화가 초청된 자리에 굳이 짐 스터게스가 비행기까지 타고 날아갈 이유는 없지 않은가. 이번 칸 영화제 공식석상에 둘이 참석을 했다는 것은, 연인임을 무언으로 인정하겠다는 행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들은 서로를 연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기자회견을 벌이지도, 인터뷰를 통해 공식적으로 밝히지도 않는다. 그저 그들은 아무런 제약이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서로에 대한 감정을 표현할 뿐이다.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집요하게 질문을 던지며 집착에 가까운 관심을 보이는 언론의 요구를 아랑곳하지 않은 채 말이다.

매너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팬들을 향한 불친절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다. 스타의 사생활을 낱낱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대중과, 그들의 감정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알아내고 기록하려는 언론 입장에서는 그들의 행보가 불쾌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이는 쿨하고 현명한 대처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우리 이제 연인이에요’라는 발표를 했던 스타들이 얼마 후 ‘연인에서 좋은 동료로 남게 되었어요’라는 기사의 주인공이 되는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연애를 하다가 헤어지는 경우는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연예인들의 사랑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며, 어쩌면 더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의 교류를 겪는 그들일 수도 있다.

스타라고 해서, 연예인이라고 해서 연애를 할 때마다, 결별을 할 때마다 뉴스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이는 그들에게도 스트레스일 것이고, 이를 바라보는 대중 역시 흥미롭지만 피로감을 주는 소식이 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배두나와 짐 스터게스의 열애설 대처는 사뭇 남다르다. 숨기지 않되 그렇다고 공식적으로 무언가를 언급하지는 않는, 자신들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만 보이고 판단은 보는 이들에게 맡기고자 하는 여유. 이것이야말로 쿨하고 현명한 대처가 아닐까.

어느 언론에서는 이미 그들을 연인이라 규정을 지어 기사를 쓰기도 하고, 또 다른 언론에서는 절친이라 칭하기도 하며, 다른 한편에서는 의구심 가득한 시선으로 물음표를 남기기도 한다. 배두나와 짐 스터게스의 침묵이 바람직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들처럼 자연스러운 행보를 보이는 이들이 없고 별 다른 악플이나 구설수 등이 없는 걸 보면, 적어도 떠들썩한 발표를 앞세운 스타들의 열애보다는 유쾌하게 느껴지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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